세이프게임
273——————== “엘 소피타의 시민들은 모두 전사들입니다.
어째서 시민들이 저렇게 얇은 옷을 입고 다니는지 궁금해하는 성녀에게 다시 설명을 해 주었다.
“아마도 저들의 고향은 매우 추운 곳이었을 겁니다.
그들은 지금 이곳도 꽤 더운 곳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추위가 아니라면 두꺼운 옷을 입는 것을 싫어하지요.
그들 서로간에는 두꺼운 털옷을 입는 것을 수치로 알고 있기도 하죠.”
우리는 곧 제국의 파워볼실시간 수도 중심부에 있는 한 숙박 업소에 도착했다.
“오셨어요?”
숙소 바로 앞에는 몇몇 여인들이 서 있다가 나를 맞이한다.

두터운 모피옷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녀들의 아름다움은 조금도 감추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한 번 쯤은 고개를 돌려 그녀들의 미모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이다.
“날도 추운데 굳이 나와 있을 실시간파워볼 필요는 없는데.”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팀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렇게 밖에 나와 날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들에게 난 고마움을 표시했다.
“저희는 추위를 느끼지 않으니 상관 없어요.”
주희정 팀장이 고혹적인 미소로 대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지닌 매력은 점점 더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제 어지간한 남자들은 그녀의 작은 미소 한 번만 보아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지경이 되었다.
“추워요.”

원숙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는 뱀파이어 여인들 사이에 키작은 소녀 하나가 서 있다가, 내게 한 마디 했다.
뱀파이어들의 몸은 이 파워볼사이트 혹독한 추위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몸은 그대로 인간의 그것인 은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빨리 올라가자꾸나.”
물론 은지도 두툼한 털옷을 걸치고 있었으니 정말로 그리 추위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그녀는 그동안 자신을 동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투정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
난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으로 그녀의 불만은 풀린 듯 하다.
“아름다운 분들이군요.”
성녀는 그녀들, 가디언 특수 부대의 뱀파이어들을 보고 탄사를 보냈다.
“그런데 모두들 사람은 아니시군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인가요?”

한 번 흘깃 보고 그녀들의 파워볼게임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을 보니, 성녀에게는 어떤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대단한 마법사가 아닌 이상, 그녀들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마법사라 하더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그녀들의 정체를 파악하려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좀처럼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저 여자는?”
은지가 내 곁에 서 있는 성녀를 보고 흠칫한다.
그녀가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사실에 질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다.
그런 표정은 은지 한 사람만이 아니다.
뱀파이어 가디언들도 평시와는 다르게 조금 불안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오히려 성녀는 그녀들을 어둠속에 살아간다고 표현했을 뿐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본능적으로 성녀에게 흘러나오는 기운을 느끼는 모양이다.
“당분간 우리와 동행하실 분이다.”
난 그녀가 성녀라는 사실은 엔트리파워볼 말하지 않았다.
은지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모습이다.
“방을 잡아놓았습니다.”
주희정 팀장은 호텔에서 가장 큰 방으로 우릴 안내했다.
“지시하신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
내일 중으로 황제를 만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녀들은 며칠 전부터 이 제국에 와서 황제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었다.
제국의 황제는 어떤 면에서 이 아크네시아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이다.
제국의 힘은 막강했고, 그런 제국의 정점에 서 있는 황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갔다.
“아름다운 곳이로군요.”
호텔의 가장 위에 있는 방 창가에서 제국의 수도를 내려다보며, 성녀는 눈에 덮힌 이 아름다운 제도를 감상했다.
그녀가 이렇듯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서 테이블 하나 가득 쌓아둔 새로운 요리들보다 환경에 감탄하는 것은 드문, 정확히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도 창 밖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지난 삶에서도 이번 삶에서도 이 제국에는 처음 와 본다.
제국에 대한 정보들은 대부분 머리 속에 있지만 직접 눈으로 이 제도를 바라보니 혹한에도 불구하고 한 번 와 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엘 소피타의 제도은 거대했다.
대륙 동부의 옛 제국 수도 아레오폴리스도 작은 규모는 아니었지만, 이 거대한 제국의 수도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한다.
이 세계의 대부분의 도시들이 괴물들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성벽을 두르고 좁은 공간에 꾸역꾸역 건물들을 몰아 넣은 것에 비해, 이 제국의 수도는 넓은 도로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정원과 공원까지 여기저기 마련해 놓으며 공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괴물들이 도시를 공격하는 것 따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수백 제곱킬로미터의 거대한 도시를 만들어 버린 때문이다.
과감하다 해야할지, 그 웅혼한 기상이 대단하다.
그것은 이 제국인들이 몬스터들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반영이다.
“저곳이 바로 황궁입니다.”
성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그녀가 내 손님이란 사실을 알게된 주희정 팀장은 성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다른 뱀파이어 가디언들과 은지가 성녀 근처에 서는 것을 꺼려하는데 반해 팀장은 본능적인 경고를 억지로 무시하고 있었다.
호텔의 맞은편에는 바로 황제가 살고 있는 황궁이 있었다.
가디언들이 이 호텔을 숙소로 정한 것은 그때문이다.
황궁과 호텔 사이의 수백 미터에 달하는 광장에는 몇몇 사람들이 한가롭게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참 굉장한 도시로군요. 저렇게 거대한 건물은 처음 봐요.”
성녀는 뱀파이어와 악마를 품은 네크로멘서 소녀에게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수십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너른 부지에는 높다란 건물이 여기저기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었고, 중심에는 지구의 마천루에 비견될 삼백 미터 높이의 거대한 건물이 서 있었다.
바로 황제의 거처이다.
100층에 달하는 그 거대한 건물은 층마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후궁들로 가득하다고 한다.
제국의 주인으로서 많은 2세를 생산하는 것 또한 황제로서의 의무라던가?
“저런 높은 건물을 단 한 사람을 위해 지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군요.
바깥 사람들은 확실히 우리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성녀에게 제국이나 다른 나라들이나 모두 같은 부류인 듯 하다.
다음날 난 은지와 함께 황궁을 방문했다.
원래는 혼자만 가려했지만, 은지는 성녀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했는지, 나와의 동행을 요구했다.
황궁의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곧 시종 한 명이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황궁을 지키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군요.”
함께 걸어가다가 은지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그녀의 말처럼 황제의 궁이면 의례 있어야할 삼엄한 호위는 모두들 어디에 갔는지 궁문을 통과한 뒤로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넓은 정원에 드문 드문 서 있는 건물들 앞에만 때때로 위병이 서 있을 뿐이다.
아마 그들도 호위 무사라기보다는 단순한 안내 정도로만 보인다.
“엘 소피타의 황궁에서 난동을 부릴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
“어째서죠?”
“엘 소피타의 대신들은 전부 전사들이지. 그것도 아주 무서운.
그들은 암살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아.
만일 이곳을 습격하는 자들이 있다면, 호위병들이 아니라 대신들이 신이 나서 칼을 들고 달려들어 썰어버릴 거야.”
제국에서 높은 지위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힘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 소피타의 시민들이 믿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바로 자신들이 지닌 육체의 힘 뿐이다.
때로 제국 밖의 사람들은 제국의 시민들은 근육 뿐이고,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을 것이라 말하곤한다.
사실 이 황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노예들이다.
회의에 참석한 대신들은 반쯤 벌거벗은 몸으로 술을 마시며 농담이나 나눌 뿐이고, 때로 칼을 들고 회의장 한가운데서 난투극을 벌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회의의 한쪽 구석에서는 노예들이 모여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사를 논의한다.
운이 좋아서인지, 혹은 노예들이 자신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목이 달아날 것을 염려해서인지, 어찌보면 엉망진창 이지만 그래도 제국은 잘 돌아가고 있다.
황궁의 중심, 전날 보았던 그 거대한 건물에 도착해서 우리는 황제에게 안내되었다.
1층의 한가운데 위치한 대전에는 2미터가 넘는 거구의 장년 사내가 그의 몸집에 어울리는 거대한 태사의에 앉아 나른한 눈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대가 나를 보고자 한 그 황금 덩어리인가?”
엘 소피타 제국의 황제 발란티르는 난방도 들어오지 않아 여기 저기 얼음이 얼어있는 대전 한가운데 웃통도 벗어 던지고 얼음처럼 차가울 것이 틀림없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입을 열었다.
황금 덩어리. 아마 내가 온 대륙을 돌아다니며 적지 않은 황금을 마구 뿌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엘 소피타의 귀족들과 시민들은 여전히 야만적이고, 머리에 싸움과 여자 뿐이지만, 의외로 엘 소피타의 관부는 유능하다.
장관을 제외한 실질적인 구성원은 전부 노예들이지만, 그들은 황제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엘 소피타의 정부 부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정보부이다.
엘 소피타의 정보부는 추운 제국을 떠나는 것을 질색하는 시민들과는 달리, 전세계 곳곳에 지부를 두고 다양한 정보를 모아 놓았다고 한다.
아크네시아에서는 드물 정도로 세계 정보에 많은 노력을 하던 핫셀바인도, 제국의 정보부에 대해서는 매우 높게 평가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