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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화 이걸로도 부족한 게냐 호계산.
호계맹의 후전(後殿), 이곳에 육 존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전 안에는 검은 소용돌이가 존재했는데, 그 안으로 보이는 것은 별이 촘촘히 박힌 우주였다.
소용돌이 앞에 선 육 존주가 가볍게 예를 차렸다.
“주상!”파워볼게임
잠시 후, 소용돌이 건너편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패했는가…” “면목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꼭…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때가 오면 주상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놈의 배후에 있는 자가 보통이 아닙니다. 만약 그녀가 개입한다면……” “음… 일전에 네게 나의 분신을 남겨두지 않았더냐?” 육 존주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분신만으로는 부족하리라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육 존주가 결국 하려던 말을 내뱉었다.
“존주, 저는 그저 그 여인 뒤에 혹 어떤 세력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만일을 대비해서 주상의 분신을 하나 더 간구하는 바입니다!” “너도 알다시피, 현재 나는 두 개의 분신밖에 만들어낼 수 없다. 하나는 네게 주었고, 다른 하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만약 정 자신이 없다면, 좌 호법과 우 호법을 보내주도록 하겠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주상의 금위(金衛) 열 명을 보내주십사 간청 드립니다.” “…허락한다.” 상대의 허락을 받아낸 육 존주는 그제야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는 창검종을 멸망시킬 자신감이 생겼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의 어느 한켠, 성운함 한 척이 운행을 멈췄다.
정면으로 보이는 것은 한 오래된 고성(古城). 고성 위편의 현판에는 굵은 글씨로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호계맹(護界盟) 그리고 여기 성운함 갑판 위에 한 중년인이 서 있었다. 눈앞의 고성을 한눈에 담아내던 그의 입에서 가벼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이 성역(星域)이 호계맹의 관할이라는 것이오?” 그의 곁에 있던 한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 호계맹은 당시 기세가 대단하던 세력이었소. 창시자는 평범한 소년에 불과했는데, 독창적인 수련방식을 통해 큰 성취를 이루었소. 그의 수련의 핵심은 다름 아닌 신앙의 힘이었소. 소년을 믿는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호계맹 무인들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소. 그러나…”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자 이후로 호계맹에선 이렇다 할 강자를 배출해내지 못했소.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 강성했던 기세도 사라진 채, 지금의 삼류세력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오.” 중년인이 조롱 섞인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이까짓 하찮은 세력의 역사까지 알고 싶진 않소.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는 바로 그 남자를 찾는 것이오. 그나저나… 후… 이 넓은 우주에서 한 사람을 찾는다는 건, 바다 한가운데서 바늘 찾는 것보다 백배는 힘든 일이니 원……. 이번에 우리 영허성궁(靈虛星宮)은 정말 똥을 제대로 밟았소.” 그 말을 들은 노인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쩔 수 없지 않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 여자를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말이오.” 노인의 말에 중년인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 말대로 자신들은 도저히 여인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반항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상대의 실력은 이미 그들의 상식 수준을 훌쩍 넘어버린 정도였던 것이다.
잠시 마음을 추스른 중년인이 담담하게 말했다.엔트리파워볼
“자, 가봅시다!” 그의 말과 동시에 성운함이 전진을 시작했다. 잠시 후, 성운함이 호계성 상공에 도달했을 때, 성운함 앞에 한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났다.
흑의 노인이 경계의 눈초리로 중년인과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들은 뉘신지?” 중년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본인은 영허성궁의 임종운, 그리고 내 옆에 계신 분은 영허성궁의 집법관(執法官) 진진(秦鎮)이라 하오.” ‘영허성궁이라고?’ “그런 곳은 들어본 적이 없소만?” “하하하! 우리 영허성궁은 이곳에서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대가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오.” 이때, 임종운이 일부러 자신의 기운을 방출했다. 실력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진진이란 노인 역시 본연의 기세를 뿜어냈다.
두 사람의 기운을 눈앞에서 느낀 흑의 노인은 순간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에 임종운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시오. 우리는 그대들에게 악의를 갖고 찾아온 것이 아니오. 그저 호계맹의 작은 도움을 구하고자 온 것뿐이오.” ‘작은 도움?’ “무, 무슨 도움을 말하는 것이오?” “사람을 찾고 있소!” 말과 동시에 임종운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흑의 노인 앞에 한 장의 화상(畫像)이 펼쳐졌다.
만약 엽현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뒤로 나자빠졌을 것이다. 그림 속에 있는 사람은 엽현과 완전 똑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흑의 노인이 그림에서 눈을 떼며 물었다.
“대략 어디쯤에서 사라졌는지 알고 있소?” 임종운이 고개를 저었다.
“흠… 그렇다면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소만…….” “우리 두 사람 역시 이 일 때문에 무척이나 괴롭소. 하지만 영허성궁의 안위에 관련된 일이니만큼 호계맹에 꼭 좀 협조를 구하고 싶소.” 흑의 노인이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마지막에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시켜 찾아보도록 하겠소. 하지만 반드시 찾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을 것 같소.” “하하, 그저 감사할 뿐이오. 그런데 혹시…” 임종운이 아래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 두 사람이 이곳에 잠시 머물러도 괜찮겠소?” 흑의 노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 머물러도 좋소.” 이때, 흑의 노인이 주저하듯 다시 말을 꺼냈다.EOS파워볼
“두 분. 사실 우리 호계맹이 곧 다른 세력과 전쟁을 치를 예정이오. 혹시 두 분께서 불편하지만 않다면, 조금의 도움을 구해도 괜찮을지?” 그 말에 임종운이 진진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는, 웃으며 흑의 노인에게 대답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오. 그러나 사람을 찾는 일을……” “하하, 그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시오. 만약 그 사람이 이 성역에 머무르고 있다고만 한다면 우리 호계맹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찾아낼 것이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그럼 두 분, 나를 따라오시오!” 돌아서서 앞장서는 흑의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저 임종운과 진진이라는 자는 보통 강자가 아니었다. 만약 두 사람의 도움을 얻을 수만 있다면, 창검종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흑의 노인의 미소는 더욱 커져만 갔다. 임종운과 진진을 더욱 극진히 대접했다.

청창계, 창검종.
매일같이 창검종 안을 쏘다니던 엽현은 어느 날 다시 검총을 찾았다.
검총을 지키는 문지기 노인은 엽현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또 뭐 하러 온 게냐!” 노인이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엽현을 쏘아보며 말했다.
노인은 당시 엽현이 마치 식인괴물마냥 수많은 검들을 집어삼키던 그때 그 장면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그 중엔 천계 검도 있지 않았던가!
“헤헤, 아무 일 아닙니다. 그저 한 바퀴 둘러보다 들렀습니다.” “이곳은 네가 산책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썩 꺼져라!” “아이고, 이번에는 정말 아무 짓도 안 하고 구경만 하겠습니다!” 노인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엽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안 돼!”
상대의 단호한 태도에 엽현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노인 몰래 잠입할 수도 있겠지만 엽현은 그러고 싶진 않았다.로투스바카라
천계 검!
현재 엽현이 진 어법경으로 오르기 위해 필요한 한 가지는 바로 천계 검이었다. 천계검을 흡수해야 진 어법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단 진 어법경에 진입하고 나면 그의 전체적인 전투력은 크게 상승할 것이 분명했다.
현재 그의 최강의 공격 무기는 계옥탑의 힘이다. 그다음으로는 바로 대지지검(大地之劍)이었다.
대지지검의 집중 하에, 일검정생사를 펼친다면 진 어법경을 상대로 구 할의 승산이 있었다.
그리고 공간도칙의 힘은 대지도칙보다 상위에 있었다. 만약 공간지검을 펼치게 된다면 더 큰 전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공간지검을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경지의 한계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엽현은 진 어법경에 올라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천계 검을 흡수해야 했다.
그렇다면 어디서 천계 검을 얻는단 말인가?
엽현은 더 이상 검총의 검을 흡수하고 싶지 않았다. 알다시피, 검총의 검들은 창검종이 천 년 동안 모아왔던 보물들이다. 그런 검총은 앞으로도 창검종 제자들의 깨달음을 돕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니 검총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방법을 찾아야 했다.로투스홀짝
‘어떻게 한다?’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엽현이 주기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또 무슨 일로 온 게냐!” 전철이 불쑥 찾아온 엽현에게 전혀 반갑지 않은 인사를 건넸다.
“헤헤, 사숙이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훠이, 훠이- 또 나를 괴롭히러 온 거지?! 네 놈에게 줄 건 아무것도 없으니, 썩 꺼지거라!” “…….”
시무룩한 표정으로 주기봉을 빠져나온 그는 이내 진도봉으로 고 사숙을 찾으러 갔다.
“고 사숙, 저 왔습니다!” “무슨 일이냐?” 고 사숙이 바느질을 멈추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엽현이 주저하듯 말을 꺼냈다.
“사실, 말씀드리기가 조금 곤란한 일입니다.” “그래? 그럼 말하지 말 거라.” 순간, 엽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는 그가 예상한 전개 방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엽현은 굴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고 사숙. 천계 검이 필요합니다!” “천계 검? 나도 내가 사용하는 것 한 자루뿐인데, 그거라도 쓰겠느냐?”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자루밖에 없는 검을 뺐다니, 소면에 오른 하나뿐인 계란을 뺏어 먹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막 대전 밖을 빠져나가려는 엽현을 향해 고 사숙이 말했다.
“네 사부라면 방법이 있을 게다.” 엽현이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운검봉을 향해 내달렸다.
대전 안. 아무 표정 없이 엽현의 말을 듣던 월기가 내전 안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검 두 자루를 엽현 앞에 내려놓았다.
천계 검이었다.
엽현이 매우 미안하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 사부……” “왜, 이걸로는 부족한 게냐?” 엽현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무표정한 월기도 이때만큼은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제자란 놈의 낯짝은 언제나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두꺼웠던 것이다.
“따라 오너라!” 대전을 나선 월기는 엽현을 데리고 검총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