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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화 틀린 말은 아니잖아?
‘천지로부터의 배척!?’ 엽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그래서 이 검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아는 게 있으면 더 알려 주십시오!” [그게 어떤 검인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그저 평범한 검이 아니란 것과 살상력이 뛰어나다는 것밖에. 여기서 살상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천지조화와 본원마저 깨뜨릴 정도로 위력적이라는 의미다. 네가 검을 뽑는 순간 하늘은 너를 적으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하늘의 적이 된다!?’ “그,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기는 겁니까?” [별일 있겠느냐. 뭐, 똥 싸다가 벼락을 맞는 정도겠지.] “…….”
이때, 봉인된 검이 엽현의 앞에 떠올랐다. 그러자 엽현이 천천히 검에 손을 가져갔다.
[지금의 너는 그 검에 깃든 강한 살육의 기운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육 층 존재의 말을 들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장 사용할 순 없겠군요.”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하자면, 네가 지니고 있는 신물들이 너무나 많다.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외물에 의존하는 습관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발전을 등한시하게 될 것이고, 종국에 가서는 외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엽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외물에 대한 의존.
이는 엽현에게도 중요한 고민거리였다. 매번 의존을 줄이겠다고 다짐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 또 그 강한 위력과 편리함에 빠져들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서 언제나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엽현은 일단 검을 다시 계옥탑 안에 던져두고서 육 층 존재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선생이 볼 때 저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입니까?” [시간.]로투스바카라
짧은 대답에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재차 물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십시오.” [통찰과 축적.]
‘통찰? 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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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현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울 때 육 층 존재가 말을 이어갔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는 없다. 모진 세상의 풍파와 인간사에 존재하는 모든 희노애락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쌓여야만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는 것이지. 검수에게 있어 축적이란 과거에 배운 검도와 알고 있는 검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너는 단지 몇 개의 검기를 배워서 써먹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경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작 약관도 지나지 않은 네가 무슨 경험이 있겠으며, 인생의 통찰이 있겠느냐?] 엽현은 잠시 질문을 멈추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검이란 깨달음에 달려있다. 깨달음은 곧 도(道)를 의미하고 도는 만물을 내포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엽현이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그 검을 껴안고 있던 노인이 무엇 때문에 너보다 더 강한 줄 아느냐?] “통찰과… 축적?”

[그래도 머리가 아주 나쁜 녀석은 아니구나. 그의 검에는 매 순간순간마다 천지의 법칙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공격과 방어가 매우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지. 그러나 너의 검은 그에 비하면 단순하게 힘과 속도, 그리고 조금의 의경(意境)이 전부였다. 이것이 그와 너의 차이다.] 엽현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저는 어떤 방향으로 수련을 해야 합니까?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 말고는 없습니까?” [무슨 소리냐? 속도와 힘을 더 키워야지. 네 장점을 버릴 셈이냐?] “아, 아니……. 방금은 속도와 힘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일검파만법!]
‘일검파만법?’
[들어본 적이 있느냐?] “들어는 보았습니다.” [검수의 강점은 손에 든 검으로 법칙과 규칙, 심지어 도칙까지도 파괴해 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네가 해야 할 일은 검의 힘과 속도, 그리고 의경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것들이 하늘이 정해 놓은 한계를 벗어난 순간 너는 비로소 어떠한 법칙도 네 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엽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고수의 한 마디가 십 년의 수련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그걸 깨달았으니 다행이구나. 너는 내가 무인이 되기 전 무엇을 했는지 아느냐?]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너만한 나이 때,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서생이었다. 후에 덧없는 세상에 밀려 늦게나마 무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천부적인 재능으로 인해 너무나 쉽게 정점에 올라버렸다. 그때 조금만 더 빨리 무인이 되었더라면…….] ‘자랑하는 건가?’
엽현이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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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실 나는 네가 무척이나 부럽다.] “갑자기 무슨 말이십니까?” [안란수라는 아이는 너를 좋아하는 것이겠지?] “…….”
엽현은 자꾸 주제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꼈지만, 일단 가만히 듣기로 했다.
[서생시절, 내게도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순간엔 모든 걱정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행복했지.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내게 평범한 삶은 싫다고 말하고는 내가 일하던 학원 원장에게 홀랑 시집을 가버렸다. 그 후로 내리막 인생을 걷던 나는 우연히 기연을 얻어 힘을 얻게 되었고, 결국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원장의 볼기짝을 후려치는 위치에 올라섰다. 그 후, 나는 이 탑에 갇히기 전까지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다. 그때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던 그녀를 생각하면…….] 엽현은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오는 것을 느꼈다.
[흠흠, 내가 왜 네게 이런 얘기까지. 아무튼 인생이란 막장의 연속이다. 남자로 태어나 힘을 갖지 못하면 개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품을 하던 엽현은 마지막 한 마디에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엽현에겐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로투스홀짝
만약 그가 힘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이들을 지켜올 수 있었을까?
물론 이제 와서 그가 모든 무공을 잃게 된다고 하더라도, 엽현은 묵운기와 안란수 등이 계속해서 그와 함께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들이 그간 쌓아온 우정은 어떤 방해로도 흔들릴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화를 마친 엽현은 이제 눈앞의 세 자루 검에 시선을 돌렸다.
세 자루 조화 급 검.
세 자루 검은 결코 진혼검이나 신왕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엽현은 검을 자신이 사용하는 대신 흡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조화 급의 검을 흡수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경지의 큰 상승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흡수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검을 흡수하는 동안 기의 파동이 심하게 일어날 것이 뻔했다.
이때 적이 들이닥치게 된다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그의 눈앞이 일렁이더니 돌연 백지의 음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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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도경 강자들이 이미 무원에 진입했소. 마음의 준비를 하시오!] 무원!
엽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보아하니 엽현을 찾지 못한 그들은 결국 엽령을 인질로 삼아 그를 불러낼 작정인 듯했다.
“백 소저,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해 줄 수 있겠소?” [그건 문제없소. 그리고 이번 일의 배후엔 바로 검종이 있소. 그들은 그대뿐 아니라, 이번 기회에 무원까지 삼키려 하고 있소. 게다가 검종의 무인들이 그대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무원이 그대의 동생과 친구들을 지켜주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오.] 그 말을 듣자 엽현의 안색이 다소 어두워졌다. 무원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동생의 안위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 불안했던 것이다.
“참, 검종 종주 이현풍도 무원에 있소?” [그렇소.]
엽현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목표는 검종이었다.
검종은 이 모든 일을 계획하면서도 남들에게 자신들이 계옥탑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숨기려 했다. 그렇다면 엽현이 해야 할 일은 검종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바야흐로 음침한 검종에 대한 그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무원.
대전 상석에 앉아있는 혁련천. 그의 앞쪽엔 일곱 명의 무인이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여섯 명의 노인들, 그리고 그사이엔 검종 종주 이현풍도 끼어 있었다.오픈홀덤
이때 혁련천이 찻잔을 탁자에 탁 내려놓았다.
“그래서 그대들이 엽령을 데려가겠단 것이오?” 말없이 차를 홀짝이는 이현풍.
그의 정면에 있던 한 흑의 노인이 혁련천을 향해 대답했다.
“혁련 원장, 우리는 최대한 무원을 존중하려 하오. 엽령이란 아이만 내어준다면 무원엔 아무 일도 없을 것이오.” “후후… 그나저나 그 아이가 우리 무원의 제자인 것은 알고 있소?” 순간 흑의 노인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겠소. 그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우리는 반드시 그 아이가 필요하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이오?” 혁련천이 노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노인의 두 눈이 가늘어짐과 동시에 둘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고요한 장내에 발소리가 들리더니 대전 입구에 웬 노인 하나가 나타났다. 흰 장포를 입고 백발을 가지런히 묶은 노인은 비록 주름이 가득했지만,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이 노인의 모습을 보자, 태연하던 이현풍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노인은 바로 무원 전대 원장인 무문(武問)이었던 것이다.
잠시 흑의 노인을 노려보던 무문이 상대를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흑의 노인이 화들짝 놀라며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원래 자리에 나타난 흑의 노인.
이때 그의 입가엔 한 줄기 선혈이 흐르고 있었으며, 양팔을 떨고 있었다.세이프게임
이를 본 장내 무인들의 표정이 일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이현풍 역시 흑의노인 눈에 비친 두려움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때 무문이 이현풍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현풍, 이놈! 검종이 언제부터 다른 이들과 타협을 했단 말이냐? 검종이 언제부터 이렇게 음험한 짓을 행했단 말이냐? 검종의 수천 년 기개와 명성 따위는 개나 줘 버린 것이냐!” 이현풍이 무문을 향해 무언가 대꾸하려 할 때, 무문이 팔을 휘둘렀다.
“되었다! 너 같은 놈은 노부와 말을 섞을 자격도 없다!” 무문은 이번엔 장내의 노인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무원은 어떤 세속적인 경쟁에도 관심을 두지 않아 왔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도발을 받고도 가만히 있겠다는 의미는 아니오. 그 아이들은 명백히 우리 무원의 제자들인 이상, 그들을 건드린다면 곧 우리 무원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것이오.” 그리고 무문이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경까지 이른 자들인데 어린아이 하나를 잡기 위해 지인들을 납치하려 하다니, 부끄러운 줄 아시오.” 순간 장내에 있던 무인들의 얼굴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 이는 그들의 체면을 바로 앞에서 깎아내리는 언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에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이는 그들이 양심이 찔려서라기보다 무문의 실력이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만약 무원이 이 자리에서 마음먹고 자신들을 치고자 한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불리해질 수도 있었다.
이때, 무문이 근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왜 아직도 여기서 비비적대고 있는 것이오! 밥이라도 얻어먹고 갈 생각인가!” 그 말에 흑의 노인들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벌레 씹은 표정이었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서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은 그야말로 죽여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현풍과 무인들은 빠른 걸음으로 대전을 빠져나갔다.세이프파워볼
이현풍이 막 무문을 지나치려 할 때, 무문이 이현풍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스승과 네놈이 정 신무성을 장악하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어와라. 검종이 이기면 무원은 담담히 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음흉한 계략만을 들고나온다면 노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부디 검종 조사의 이름에 먹칠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말을 마친 무문이 이현풍의 어깨를 밀치고 문을 나섰다.
문 앞에 멈춰선 이현풍이 다 썩어버린 표정으로 간신히 분을 삭이고 있을 때, 혁련천이 웃으며 말했다.
“이 종주, 너무 화낼 것 없소. 사부께선 원래 강직한 성격이라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 않소? 뭐, 그렇다고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니 너무 마음에 두진 마시오.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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