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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화 괴물이란 말인가 안란수의 말에 또다시 장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들은 모두 엽현에게 엽령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복수에만 눈이 멀어 몸을 돌보지 않는다면 검종에서 뼈를 묻을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교천아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다려야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 * *
양계천.
북경에서 벌어진 일은 순식간에 양계천에도 전해졌다. 엽현에 대한 시선을 놓고 있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구름 위, 막 두루마리를 접은 진노인의 입가에 오랜만에 웃음이 피었다.
“엽현 녀석, 검목을 일검에 죽여 버리다니, 과연 믿을 수 없는 놈이로구나!” 말을 하는 그의 표정에 순간 두려운 기색이 스쳐 갔다.
그는 검목의 강함을 확실히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무인 중 하나다. 사유계 최 정상급의 검수를 단칼에 베어냈다는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 그건 엽현의 경지가 낮긴 하지만, 그 전투력은 이미 사유계 정상에 올랐다는 것 아닌가!
지금도 이럴진대, 만약 앞으로 더욱 성장해 파명이나 구도경에 오른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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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진노인 앞에 있던 진시일이 물었다.
“어르신, 엽현은 이제 검종과 끝장을 보려 할 것인데, 우리도 출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출수라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그들이 치열하게 싸워서 양패구상한다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것 아니냐?” 그 말에 진시일이 더 묻지 않았다.
“착각하지 마라. 우리와 엽현은 이익을 위해 잠시 손을 잡은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리를 지킬 것은 없다. 게다가 양측이 심대한 손상을 입고나면 신물은 자연히 우리에게 떨어질 것이니 굳이 엽현의 승리를 바랄 필요도 없다. 알겠느냐?” “이해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엽현의 이번 행보가 과연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사유계의 질서를 뒤집어엎는 계기가 될 것인지.” 이에 진시일이 고개를 저었다.
“엽현이 강하긴 하지만, 검종을 제거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검종의 진정한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것은 양계천 무인들도 알지 못했다.
그저 대략적인 추측만 무성할 뿐, 어쨌든 검종이 사유계 최강의 종문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건재할 것이며, 비장의 무기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비록 엽현 뒤에 강력한 배후가 자리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검종 전체를 압도할 만한 실력이 있을까?
이게 가능한 일인가?
아무래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애당초 엽현 자체가 변수가 많은 인물이니.
어쨌거나 둘 중 어느 누가 이긴다 해도 양계천의 입장에서는 이익을 보는 셈이니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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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한 편.
갑자기 어둡던 성공이 불이 붙은 듯 시뻘게지더니, 붉은 검광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다. 이 기이한 검광이 지나간 자리는 모두 활활 타올랐다.
검광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엽현.
그가 향하는 곳은 바로 검종이 위치한 검허계였다.
검허계에 가본 적 없는 그가 이토록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양계천의 인물인 듯싶었다.
한편 멀리서 이 장면을 응시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원소도였다.
그녀는 엽현을 막지 않았다.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엽현을 막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니 제아무리 원소도라도 함부로 나설 수 없던 것이다.
“후… 검종,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 * *
검허계.
이 시각 검허계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평온했다. 왜냐하면 검목이 누군가에게 패해 겨우 영혼만 돌아온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직 종주인 목청봉 뿐이었기 때문이다.
검종의 한 대전 안, 목청봉이 검목의 영혼을 대면하고 있다.
두 사람의 표정은 모두 심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영혼.
검목의 영혼을 바라보는 목청봉의 눈빛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어디 자신의 사부가 이 꼴이 될 줄 상상해 보기라도 했던가?
이 사유계 안에서 사부를 이 지경으로 만들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껏해야 손에 꼽을 정도 아니던가!
이때 목청봉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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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 누가 한 짓입니까?” “…엽현을 조심하거라.” 엽현!
그 말을 들은 순간 목청봉의 눈동자가 확장됐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단 말입니까?” 검목은 대답하지 못했다.
목청봉의 질문은 검목 스스로도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뭔가 이상했다.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었더라면 엽현의 검은 결코 그를 위협할 수 없었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가장 위험에 빠뜨렸던 것은 미간에 새겨진 붉은 글자와 순간적으로 자신의 검의를 무력하게 만든 신비한 힘이었다. 이 두 가지 이변 때문에 엽현의 검이 검목의 육신을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엽현이 선보인 검기 자체도 매우 강력하긴 했다.
검목은 엽현의 검기가 어떻게 그 정도까지 강해질 수 있었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바로 이때, 검목의 눈빛이 번뜩였다.
“혹시… 놈의 혈맥이…….” 순간 검목은 깨달았다.
엽현의 가장 두려운 점은 기이한 붉은 글씨도, 신비한 힘도, 검기도 아닌 혈맥이 뿜어내는 힘이었음을.
그 증거로 혈맥의 힘이 나타나자마자 엽현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지 않았던가!
그가 패배한 원인은 다름 아닌 혈맥지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사부, 사실대로 말 해 주십시오. 정말 엽현의 짓이었습니까?” “그렇다.” “하지만 녀석의 실력은 사부의 반의반에도 미치지…….” “내 말은 사실이다. 처음부터 우리가 놈을 너무 얕보았던 것이지. 특히 그 혈맥… 녀석의 혈맥은 분명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이때 목청봉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듣기론 우리 검종의 조사께서도 특수한 혈맥을 지니고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확실히 그런 말이 있긴 있었지. 다만 그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으니 확인할 길이 없구나. 그건 그렇고, 지금 당장 바깥에 나가 있는 제자들을 모두 불러 모으도록 하거라. 엽현이 곧 들이닥칠 것이다.” 바로 이때, 한 검수가 대전에 들어오더니,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예를 차리며 말했다.
“종주, 웬 검수 하나가 검허계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 중입니다.” “설마 엽현이 벌써?” “그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엽현!

그 말에 목청봉이 검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때 검목의 안색은 마치 깊은 바닷속처럼 어둡기 그지없었다.
“놈! 드디어 끝을 볼 생각이로구나!” “사부, 제가 가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검목이 고개를 저었다.
“놈의 배후가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너는 내가 육신을 재건할 동안만 시간을 끌고 있거라. 절대 정면 대결을 해선 안 될 것이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사부!” 목청봉이 먼저 일어나 대전 밖으로 나섰다.
대전 안에 홀로 남은 검목, 침착하던 그의 얼굴이 점점 흉악하게 일그러져갔다.
“감히 내 육신을 파괴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검목 역시 대전 밖을 나섰다.
당장에 해야 할 일은 먼저 육신을 회복하는 일이다. 영혼 상태로는 제 실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엽현의 불같은 성격을 고려하면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한편, 대전을 나선 목청봉은 종문 전체에 경계령을 내리고, 외부에 파견을 나간 제자들을 불러들였다.
그의 명령과 함께 검종은 순식간에 경계태세로 돌입했다.
처음에 검종의 제자들은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종에 경계태세가 내려진 것은 수만 년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검수들은 순식간에 자신의 임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검허계의 결계 밖에 검을 든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이 붉게 물든 혈인의 모습을 한 남자는 등에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소녀를 업고 있었다.

검혀계의 결계 밖.
엽현이 우두커니 서서 검종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두 눈은 혈해와 같은 붉은 빛만 번뜩일 뿐, 다른 색채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생기는커녕 영혼까지 말라버린 시체와 같은 모습이었다.
바로 이때, 검허계 안쪽으로부터 엽현을 향해 비검이 날아들었다.
비검은 마치 뇌전을 떼다 놓은 듯,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검은 엽현의 미간 바로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어느새 나타난 엽현의 손이 비검을 낚아챈 것이다.
마치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검을 바라보던 엽현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검이 혈홍색 검광과 함께 폭발해 이내 우주의 먼지로 사라졌다.
잠시 후, 검허계의 경계를 응시하던 엽현이 가볍게 천주검을 휘둘렀다.
쾅-!
결계 전체가 뒤흔들리며, 길게 금이 갔다.
천주검이 재차 빛을 발하고, 쾅-!
결계의 군열이 더욱 깊고 길게 이어졌다.
쾅… 쾅… 쾅…… 계속 되는 공격 앞에 결계가 마침내 완전히 부서졌다.
이때, 벼락처럼 날아드는 수십 개의 검광들.
이에 엽현이 검을 세우자, 두꺼운 혈광이 길게 쏘아져 나갔다.
쾅-!
혈광과 부딪친 순간, 맹렬히 날아오던 검광들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졌다.
눈 부신 빛이 잦아들 때쯤, 엽현 앞에 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년인의 눈빛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감히 검종의 코털을 건드리다니, 간땡이가 단단히…….” 엽현은 말이 끝나길 기다려 주지 않았다.
쉭-!
중년인의 눈동자에 붉은빛이 번뜩인 순간, 그의 머리가 영문도 모른 채 몸통과 분리됐다. 이때 그가 흘린 피는 하나도 남김없이 엽현에게 빨려 들어갔다.
소녀를 등에 업은 혈인은 검종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뗐다. 이 과정 중에 그를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보통의 검수를 보내봐야 개죽음당할 뿐이란 걸 모두 알고 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천지간에 온통 귀를 찢는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수십, 수백만의 기검들이 하늘 높이 빽빽이 들어섰다.
검진!
인명 피해 없이 엽현의 발을 묶겠다는 검종의 의도였다.
목청봉은 검목의 육신을 파괴한 엽현에게 보통의 검수를 붙일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자랑하는 검진을 작동시켰던 것이다.
오랫동안 사용한 적은 없었지만, 그 위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리라.
순간 공중의 기검들이 마치 폭우가 내리듯 엽현의 머리 위로 일제히 떨어졌다. 하늘을 가득 채운 기검들이 떨어지는 모습은 그 위압만으로 심장을 멎게 할 정도였다.
이에 엽현은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멍한 눈으로 기검이 자신을 공격하게 몸을 대 주었을 뿐.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검종 무인들은 모두 까무러치고야 말았다.
기검이 엽현의 몸에 박힌 순간, 마치 흑동에 별이 빨려 들어가듯 기검이 모두 엽현의 몸 안으로 흡수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수십만 자루의 기검이 모두!
멀리서 이를 보고 있던 목청봉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정녕 괴물이란 말인가…….” 검종 무인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었다.
날카로운 검이 몸에 박혔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다니!
검수에게 이보다 더 두려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바로 이때, 잠잠하던 엽현의 눈에서 붉은빛이 번뜩였다. 순간, 그의 정면 수천 장 떨어진 곳에 있던 검수 하나의 목이 힘없이 잘려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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