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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화 우리 누님을 이길 수 있소?
악마의 날개?
호기심이 동한 엽현은 곧장 납계를 열어보았다. 그러자 계산대 위에 한 쌍의 검은 날개가 나타났다. 순간, 전당포 안이 순식간에 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범상치 않은 물건이다!
이 한 쌍의 날개를 본 순간, 엽현은 도저히 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포악한 기운은 또 뭐란 말인가!
그 밖에도 이 날개에서는 매우 음습한 기운이 흘러나와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때 여인이 엽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확인해 보았소?” 엽현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그렇군! 꽤나 괜찮은 물건을 가져오셨구려!” “그것과 이곳에 있는 물건 하나를 교환하고 싶소.” “어떤 물건을 말이오?” “피안도(彼岸刀).” 피안도?
순간 엽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피안도는 또 뭐란 말인가!

바로 이때, 문이 오픈홀덤 벌컥 열리더니, 마침내 소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찌, 그대 역시 이 업종에 관심이 있소?” 소도가 엽현을 향해 묻자 엽현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단지 그대가 없을 때 가게를 좀 봐 주고 있던 것뿐이오. 혹시 화났소?” 이때 계산대 앞에 우뚝 선 소도가 엽현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인과가 묻어 있는 것들이오. 섣불리 손을 대었다간 그대에게 들러붙을 수도 있소.” 그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었소.” “정말로 알아들었다면 지난번 가져간 천도필을 돌려놓으시오.” 천도필?
“방금 전 했던 말, 다시 한번 해 줄 수 있소?” “천도필을 돌려…” “아니, 그 전에.” “섣불리 손을 대었다간 인과가 들러붙을 수 있다는 것 말이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인과 따위 하나도 겁나지 않소.” “…….” 인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를 뭐 하러 두려워한단 말인가?
게다가 벌어질 일이라면 어떻게 해도 벌어지기 마련이다.
굳이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고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엽현이 하고 싶었던 말은, 천주필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엽현의 태도를 본 소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마침내 삿갓을 쓴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대가 원하는 게 피안도가 확실하오?” “그렇소.” 여인이 대답하자 소도가 손을 펼쳤다. 그러자 괴상하게 생긴 도 한 자루가 그녀의 손 위에 나타났다. 괴상하다고 표현한 것은 그 모양이 마치 도와 검을 합친 것만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검날은 왜 또 톱날처럼 생긴 걸까?
피안도? 세이프게임
눈앞의 도를 자세히 살펴보던 엽현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도의 경지가 결코 천주검에 비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천도필에 이어, 이번엔 범검 급의 도를 뚝딱 내놓다니…….

과연 소도란 여인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때 소도가 여인에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거래가 성사되면 교환이나 환불은 어렵소.” “걱정 마시오. 이미 알고 왔으니.” “피안도가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건가?” 소도의 말에 여인이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역시 사태의 세이프파워볼 위중함을 알고 있을 것이오. 혹, 그대가 나서 줄 순 없겠소?” 이에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한낱 전당포 주인일 뿐이오. 다른 이의 사정에는 끼어들지 않소.” “역시…….” 삿갓 아래로 보이는 여인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그러나, 도와줄 사람이라면 하나 소개시켜 줄 수 있소.” 그 말에 여인이 고개를 들고 소도를 쳐다보았다.
“그게 누구요?” “바로 이 사람이오.” 소도가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나?” 파워볼사이트
엽현이 어리둥절해하며 소도를 바라보았다.
여인 역시 엽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의 실력이 약한 것은 아니나,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소.” “맞아! 내 목숨도 간당간당한데 누굴 도울 처지가 아니라고!” 엽현은 황망히 양손을 내저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있을 줄 알고 감히 나설 수 있겠는가?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소도 정도나 되어야 도울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과연 그런 일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파워볼게임사이트 소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도 천도필을 가지고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던 그녀가 아니던가!
이때 소도가 엽현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조건이 꽤나 좋은데 그래도 가기 싫소?”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안 가! 안 가! 억만금을 준대도……. 음, 일단 그게 뭔지 들어나 봅시다.” “하하하! 그대는 막 범검에 이르렀소. 그렇지 않소?” “그렇소.” “하지만 여전히 그 백의인과 싸우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오. 특히 아라의 도움이 없는 한.” “…….” “솔직히 말해, 그대는 여기서 나가는 순간 죽은 목숨이오. 설령 백의인이 아니더라도 그대를 죽이려는 자는 한 둘이 아니오.” “백의인 말고 또 누가 있단 말이오?” 엽현이 소스라치듯 놀라며 물었다.
“후후, 우선 백의인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그대를 이곳으로 보낸 백의인의 정체, 알고 싶지 않소?” “…이러면서 뭔가를 달라고 할거라는 거 다 알고 있소.” “하하하, 저자를 돕겠다고만 한다면 무료로 알려주겠소. 그리고 성공할 시 두 가지의 보상이 있을 것이오.” “그대는… 지금 날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는 것이오?” 엽현이 눈을 매섭게 뜨며 묻자,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대는 문제없을 것이오. 왜냐하면 그대는 인과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순간 엽현의 한쪽 눈썹이 살며시 올라갔다.
“내가 인과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무엇으로 확신하시오?” “그야, 그대의 인과는 모두 그대 배후에 있는 여인이 막아주고 있으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적당히 몸을 사리려 하오. 인과가 너무 많이 생기면 그녀에게 부담이 될 테니까.” 이 말에 소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대 생각은 틀렸소. 막아야 할 인과가 한 개든, 일만 개든 그녀에겐 아무 의미 없소. 단지 그대와 관련 있기때문에 막고만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일검에 모두 끊어 내 버렸을 것이오. 그만큼 그녀는 강하니까.” “…….” “그러지 말고 그대가 얻게 될 보상부터 들어 보시오. 첫째, 그대를 노리고 있는 그 백의인의 정체를 알려 주겠소. 혹시 다른 이가 알고 있다고 해도 그의 특수한 신분을 고려한 탓에 쉽게 말해 주지 않을 것이오. 게다가, 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는 내가 유일할 것이오. 둘째, 그대에게 천도필을 통제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도록 하겠소.” 천도필!
두 번째 조건을 들었을 때 엽현의 마음은 다소 흔들렸다.
좋은 물건인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사용법을 모르니,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인 것이다.
엽현이 고민하는 것을 본 소도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만약 천도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백의인과 싸워 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어쩌면 죽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오.” “…그것 말고 또 내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있소?” “물론이오. 든든한 우군을 갖게 될 것이오.” 엽현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문득 곁에 있는 삿갓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혹시 저 여인 말하는 것이오?”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와 그녀 배후의 세력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일이지 않겠소?” “물론이오. 어쩌면 죽을 수도 있소. 하지만 그만큼 보상은 확실할 것이오. 하겠소?”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엽현이 눈을 뜨고서 소도를 바라보았다.
“소도 낭자, 내 생각엔 그대가 나서면 손쉽게 해결할 일 같은데… 왜 직접 하지 않는 거요?”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틀렸소. 내가 출수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뿐이오. 게다가 나는 다른 자들의 일에 간섭할 수 없소.” “하지만…….” “아, 무슨 하지만이 이리 많소? 그냥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도와주면 안 되겠소?” “…….” 엽현은 말문이 턱 막혔다.
좋은 일?
누가 그런 일을 목숨까지 걸어가며 한단 말인가!
“뭐, 나도 강요하는 바는 아니오.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거절해도 좋소. 남이야 죽건 말건.” “…….” 엽현은 즉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만약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천도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은 분명히 마음을 움직일 만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보상이 큰 만큼 위험이 따르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었다.
그냥 눈 딱 감고 해 봐?
엽현이 망설이는 것을 보자 소도가 웃으며 말했다.
“아라도 곁에 없는 이 마당에 스스로 헤쳐나가지 않으면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소? 막말로 지금 당장 바깥세상에 나가게 되면 도망칠 곳이라도 있소?” 이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이 일리가 있소. 하지만 여전히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조금 더 알아야겠소.” 아무리 보상이 좋아도, 만약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라면 억만금이 무슨 소용인가.
“좋소. 그리 큰 비밀도 아니니 말 해 주지. 그대는 이 여인을 도와 한 마리 악마를 봉인하면 되오.” “악…마? 그게 뭐 하는 물건이오?”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소도가 고개를 내저었다.
“물건이 아니라, 악마요. 어쨌든 그런 게 있다고만 알면 되오. 만약 한다고 하면 그 검을 사용하면 좀 수월할 것이오.” “무슨 검?” 소도가 말없이 손을 뻗자 엽현의 몸 안에서 소칠의 검이 딸려 나왔다.
소칠의 검을 본 순간 삿갓 여인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대의 이 검은 왕생지력(往生之力)을 담고 있소. 간단히 말해, 악마와 같은 존재를 상대로 극강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보면 되오. 여기에 피안도까지 가세한다면 짧은 시간 안에 악마를 봉인할 수 있을 것이오. 물론 의외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의외?” 엽현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또 뭔가 주의할 게 있는 것이오?” “하하, 그런 것보다는 세상일이란 게 언제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니 하는 말이오.” “흠…….” “이제 결정했소?” 잠시 생각하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소!” 어쨌거나 소도의 말대로 생존을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 현재 엽현의 상황이었다.
엽현이 승낙하자 소도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 결정했소. 지금 그대가 할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선택을 한 것이오.” “그럼 일단 백의인이 누군 지부터 알려주시오.” “그의 정체는 바로 호도자(護道者)요.” “호도자?” 엽현이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소도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한무기 시절, 스스로를 천도의 추종자라 부르는 신비한 세력, 곧 호도자들이 있었소. 어느 날, 오유겁이 닥치자 이들은 이를 천도의 뜻이라 여겼소. 하여 다른 이들이 오유겁에 대항해 싸울 때, 이들은 오유겁을 환영했고, 더 나아가 오유겁에 항거하는 자들을 스스럼없이 살해하기도 했소.” 순간 엽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미친놈들이 있었소?” “그대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미친 자들이오. 이 호도자들은 주로 오유겁이 임박했을 때 모습을 드러내곤 하오. 지금부터가 중요하오. 그들이 그대를 노리는 까닭은…….” “까닭은?” “선각자의 만유서옥이 오유겁에 능히 항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그리하여 저들의 목적은 만유서옥을 빼앗는 것이 아닌, 망가뜨려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소.” 소도의 말을 듣자 엽현의 표정이 다소 어둡게 변해갔다.
“오유겁은 정말로 천도가 만드는 것이오?” “하하, 천도와 오유겁은 전혀 관계가 없소. 다만 인간들이 스스로 그런 미신을 만들어 낸 것뿐. 사실 천도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매우 억울했을 것이오. 왜냐하면 최초의 천도는 이미 오래전 잠이 든 상태이니까. 천도는 이 세상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고, 반대로 누구도 그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오.” “그대조차 찾을 수 없소?”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오. 하지만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오. 게다가 굳이 그를 찾아가 귀찮게 할 이유도 없고 말이오.” “흠… 마지막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소. 백의인 말고 나를 노리고 있는 자들이 누구요?” 그 말에 소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대의 적은… 기본적으로 이 우주 전체의 생령이라 할 수 있소. 특히 오유겁을 겪은 자들은 생존을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옥을 빼앗으려 할 것이오. 반면, 호도자들은 오유겁이 이 땅에 무사히 도래하도록 서옥을 부숴야만 하오. 어찌 되었건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모두 그대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오. 어떻소. 우주 전체의 공적이 된 기분이?” 말하는 소도의 표정엔 어쩐지 즐거운 기색이 묻어나 있었다.
아무래도 천도필을 빼앗긴데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일까?
이때 엽현이 소도를 똑바로 쳐다보며 질문했다.
“그래서, 그들이 다 몰려오면 우리 누님을 이길 수 있소?” “…….” 순간 소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