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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화 도대체 누구십니까?
설이 말한 그 여인이란 다름 아닌 천녀였다.
천녀를 떠올린 순간 설의 눈빛이 다소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직 어렸던 그 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천녀를 처음 보았던 날, 그 느낌은 오유겁을 앞에 둔 것보다 훨씬 두려운 것이었다.
계옥탑의 검주들은 제각기 성격과 성향이 달랐다.
청삼남과 천녀의 검은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었다. 둘 다 차가운 듯하지만, 그 속에는 어느 정도 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이 정은 지극히 사적인 것에 한정된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청삼남은 다소 이기적이긴 하지만 편향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 천하의 생령들에 대한 연민도 있어, 생명을 해치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반면 천녀의 성격은 엽현을 제외한 그 어떤 생령의 목숨도 하찮게 여기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때, 엽현이 또다시 한 자루 검을 아랫배에 찔러 넣었다.
쾅-! 로투스홀짝
엽현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다시 한번 강렬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기운!
후읍…….
탐욕스럽게 숨을 들이켠 엽현은 이내 미친 듯이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갔다.
한편, 엽현을 지켜보고 있던 설은 다시 계옥탑 안으로 진입했다.

이번에는 탑의 삼층을 찾은 설. 그녀가 문을 열자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문 앞쪽에선 자욱한 연기와 함께 소령이 단약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그의 곁에서 너구리를 닮은 영체인 서영천수가 마치 조수처럼 소령을 돕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뒤편에는 돼지를 닮은 괴상한 요수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요수의 정체는 바로 염전이 엽현에게 떠맡기듯 건넨 전천수였다. 만약 엽현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천수의 크기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전천수는 소령과 서영천수가 움직일 때마다 그들의 뒤를 졸래졸래 쫓아다녔는데, 이 모습이 마치 그들을 부모로 여기는 듯했다.
바로 이때, 설을 발견한 전천수가 소령과 서영천수 앞을 가로막더니 위협하듯 크게 포효했다. 이때만큼은 조금 전의 온순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한 마리 흉악한 요수일 뿐이었다.
이때 전천수를 살펴본 설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만 키운다면 꽤나 쓸만하겠어.”” 오픈홀덤
바로 이때, 전천수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설을 향해 달려들었다.
바로 이때, 뒤에서 소령이 소리쳤다.
“”뚱이!”” 세이프게임
이 말을 들은 순간 전천수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소령의 발밑에 돌아가 다시 온순한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소령의 시선이 설에게로 향했다.
“”아줌마는 누구야?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하하… 아줌마라니. 그것보다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
“”척 보면 척이지!””
소령의 말에 설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냐?”” 세이프파워볼

“”물론이지! 나쁜 놈들은 보통 되게 나쁘게 생겼는데 아줌마는 예쁘잖아. 그러니까 나쁜 사람이 아니지.””
“”하하하! 그래, 네 말이 일리가 있다!””
웃음을 그친 설이 소령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 막 끓고 있는 아궁이 안을 들여다보았다.
“”단약을 만드는 것이냐?””
“”응.”” 파워볼사이트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에서 백옥병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엽현 오빠가 누님이라 부르는 사람이니, 내 언니도 되는 거겠지? 예쁜 언니, 이거 받아. 선물이야.””
예쁜 언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설이 활짝 웃으며 옥병을 받아 들었다. 병을 열어 본 설이 갑자기 고개를 저었다.
“”이 약은 별로 좋은 약은 아닌 것 같구나. 네 실력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제조 방법을 좀 바꿀 필요가 있겠어. 이거 받아.””
이번에는 설이 고서 한 권을 꺼내 소령에게 내밀었다.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거야. 나는 연단에는 별 취미가 없으니 네게 주마.””
소령은 눈을 깜빡이며 책을 받아 들었다. 이때 몇 장 넘겨보던 소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책 안에 쓰여 있는 내용이 너무나 대단했던 것이다.
심봤다!
소령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책을 집어넣었다.
“”고마워, 예쁜 언니!””
“”고맙긴. 또 줄 게 있어.””
설이 이번에는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상자를 본 소령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나한테 주는 거야?””
“”그럼!””
“”어, 근데… 오빠가 아무거나 넙죽넙죽 받아먹으면 체한다 그랬는데… 뭐, 오빠의 누나니까 상관없겠지!””
대답과 동시에 소령이 상자를 날름 받아 챙겼다.
이 모습을 본 설은 박장대소를 하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때 상자를 열어보려는 소령에게 설이 말했다.
“”지금은 열지 마. 나중에 긴급한 순간이 오면 그때 열도록 해. 알았지?””
“”으, 응! 그렇게 할게!””
소령은 다소 아쉬웠지만, 설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때 뭔가 떠오른 소령이 다시 하얀 병 하나를 설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자기!””
옥병을 받은 설이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 많은 양의 자기가 들어있었다. 게다가 모두 대단히 정순한 것들뿐이었다.
병 안을 잠시 들여다본 설이 이윽고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녀석이 이미…….””
설이 병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내가 준 책에는 단약 제조의 정수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어. 열심히 공부하면 더 좋은 단약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알았지?””
“”응, 언니!””
설이 가볍게 웃으며 소령 발밑에 있는 천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잘만 키워 놓으면 훗날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안녕!””
말을 마친 설은 그대로 문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사라진 후, 서영천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 여자… 매우 위험해.””
이에 서영천수를 돌아보는 소령.
“”이길 수 없을 상대를 만났을 땐 먼저 아첨하고 보는 거야.””
“”아첨?””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삼층 입구를 바라보았다.
“”너도 엽현 오빠를 보고 잘 배우도록 해. 오빠야말로 아부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니까.””
“”…….””
계옥탑 삼층에서 나온 설은 오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엽령이 폐관 중인 공간이었다.
폐관에 들어간 지 꽤나 오래되었지만, 그녀는 아직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자고이래로 윤회경에 도달한 무인은 극소수.
과연 엽령이 윤회경이 되어 출관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잠시 엽령을 응시하던 설이 웃으며 돌아섰다.
“”이 탑엔 정말 재밌는 것이 많군.””
자리에서 사라진 설이 순식간에 나타난 곳은 바로 탑의 구층이었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건들지만 않으면 조용히 있겠다.””
설이 도착하자마자 구층 존재가 먼저 선수를 치며 말했다.
이에 설이 대답했다.
“”나는 그저 그대에게 악의가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오.””
설은 구층 존재를 향해 웃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녀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이때 구층 존재가 대답했다.
“”걱정할 것 없다. 나는 그 아이를 해칠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
“”아니오. 그대는 매우 위험하오.””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설의 손은 이미 검집 위에 올라가 있었다.
순간 구층 존재가 황급히 말했다.
“”너무 섣부르군! 나는 정말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정 믿지 못하겠거든 저 녀석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
이때 설이 씩 웃으며 검에서 손을 뗐다.
“”이미 알고 있었소. 그냥 장난 한번 쳐본 것뿐이오. 그럼 이만.””
그렇게 휙 돌아서서 떠나는 설.
그녀가 떠난 후, 탑의 구층에서 한숨 섞인 음성이 흘러나온다.
“”망할… 이제는 개나 소나 날 우습게 보네…….””
* * 검종, 오두막 앞.
엽현은 막 열 번째 검을 흡수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기운은 인과경에서 크게 벗어날 정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윤회경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
이렇게 다시 삼 일이 지난 어느 시점.
죽은 듯 미동도 하지 않던 엽현이 돌연 눈을 번쩍 뜨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찰나의 순간, 그의 몸으로부터 강대한 기운이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
쾅-! 큰 폭음과 함께 맹렬히 요동치는 대지.
주변이 잠잠해지고 엽현은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몸 전체에서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윤회경?
아직은 아니었다.
이때 설이 엽현에게 다가왔다.
“”지금 너는 막 윤회경 문턱을 밟은 상태라 할 수 있다. 그 안으로 들어서서 진정한 윤회경이 될 수 있을지는 너의 깨달음에 달려있다. 그게 운이 좋다면 내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라면 평생이 걸려도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누님, 어떤 종류의 깨달음입니까? 살짝 알려주실 수 없습니까?””
“”후후, 그건 당사자 외에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말해줘 봐야 소용없다.””
“”…….””
“”자, 멍하니 있지 말고 나와 함께 어디 좀 가자꾸나.””
설이 먼저 돌아서서 어딘가로 향했다.
그러자 엽현이 재빨리 그녀의 곁으로 따라붙었다.
“”누님, 지금 어딜 가는 것입니까?””
“”가보면 안다!””
“”예…….””
이때 설이 고개를 돌려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네 몸 안에 있는 그자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
“”구층에 있는 그자 말입니까?”” “”그래.””
“”그렇게 잘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수차례 도움을 받긴 했습니다.””
“”흠… 그렇군. 그는 보통 존재가 아니니 항상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설은 굳이 전음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 구층 존재가 들으라고 한 것이었다.
이때, 엽현의 몸 안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봐, 아까부터 말이 너무 심하군. 나는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 생각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하지만 나중엔 또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지.””
“”…….””
“”누님, 제가 빨리 강해져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에 설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거다! 강한 실력만 있다면 누구도 함부로 너를 적으로 삼을 수 없지. 그러니 계속해서 정진해 나가야만 한다. 알겠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누님. 한 가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물어보거라.””
“”누님은 누구십니까?””
사실 처음부터 엽현은 이것이 알고 싶었다.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처음부터 자신을 알아본 여인.
이 여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또한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엽현은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 하지만 엽현이 기대했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하, 그건 시간이 흐르면 차차 알게 될 것이다.””
“”…….””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곧 다가올 오유겁이다. 알고 있느냐?””
“”그렇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반드시 강해져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어림도 없다. 알겠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건 좀 별개의 질문이긴 한데… 혹시 육유계라는 것도 있습니까?””
엽현은 사유계 출신으로, 지금은 오유계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어딘가 육유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엽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설의 입을 쳐다보았다.
이 여인이라면 반드시 뭔가 알고 있으리라!
이때 설이 싱긋 웃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도 알지 못한다.””
순간 엽현의 눈에 실망한 기색이 비쳤다.
“”누님도 모르신단 말입니까?””
“”그래. 다만 이 세상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광대하다는 건 알고 있지.””
말을 하던 중, 설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 위로 물 한 방울이 맺혔다.
“”너는 이 물방울 안에 얼마나 많은 생령이 존재하는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후후, 우리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생령이 이 안에 들어있다.””
“”고작 이 한 방울 안에 말입니까?””
엽현이 의심의 눈빛을 발하자 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질… 너는 본질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만약 이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너는 진정한 범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