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투스홀짝
96——————-해레이스가 스코타스 군보다 며칠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잡고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줄 수 있던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스코타스 군은 해레이스 군을 발견하자 5킬로미터 밖에서 바로 행군을 멈추고 진형을 갖추었다.
행군 동안 지쳐있던 병사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고 나서 전투를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해레이스는 상대에게 그런 여유를 주려 하지 않았다.
이미 며칠 동안이나 푹 휴식을 취했기에, 해레이스의 병사들은 몇 킬로미터 쯤 돌진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반면 스코타스 군은 며칠 동안의 강행군으로 지쳐 있었고, 또 상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해레이스의 군대가 스코타스 군의 코앞까지 다가오는 동안 스코타스 파워볼사이트 군은 제대로 된 휴식도 가지지 못하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했다.
스코타스 군의 일 킬로미터 앞에서 해레이스는 명령을 내렸고, 선발대 – 칠천 명에 달하는 초원의 일급 용병들이 말을 달렸다.

스코타스 군에서도 정예 기병들이 맞서 뛰쳐 나왔다.
아주 정석적인 대응이다.
똑 같이 인간이라는 유형으로 묶여 있지만, 인간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인 이곳에서 병사들의 수준도 그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대부분이 몬스터와의 싸움으로 인간의 한계를 몇 파워볼게임 번이나 초월한 정예병들을 상대로 일반적인 병사들은 추풍낙엽과도 같다.
정예병은 정예병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적 기병 약 일만 이천에서 오천 사이입니다.”
부대의 가장 후방에 위치한 사령부에서 해레이스는 정찰병의 보고를 받았다.
매의 눈을 통해 잠깐 살펴본 것이지만, 이방면으로는 전문가인 만큼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스코타스에서 내보낸 정예 병력은 해레이스의 일급 용병들 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았다.
“상관 없다. 그대로 돌진.”
해레이스의 명령은 바로 연락병들을 통해 각 부대의 지휘관에게 통보되었다.
숫자는 이쪽이 밀리지만 그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양측의 기마병이 서로 가까워진 순간, 서로의 진형을 향해 수많은 빛의 줄기와 화염 덩어리 들이 튀어나갔다.
지니고 있던 아티팩트를 아낌 없이 사용해 마법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법 공격은 초원의 사내들 쪽이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드레스덴의 피린 마탑에서 구매한 이만 개의 아티팩트는 초원의 사내들에게 각기 두 개 씩 지급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
전투에 앞서 해레이스는 아티팩트 들을 모두 초원의 용병들에게 지급했다.
공성전이 아닐 경우에는 선발대가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스코타스의 정예병들이나 초원의 일급 용병들은 물론 한 명 한 명이 그런 마법을 쉽게 피해낼 정도로 대단하지만, 마법의 수가 너무 많았고, 또 앞에서 달려가는 동료가 피해낸 마법을 바로 알아차리고 피해내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사람은 피해도 말은 피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일부러 말을 노리고 밑을 향해 발사된 마법도 많았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마라 해도, 자신의 다리와 몸통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어리를 보고 깜짝 놀라 몸부림을 치지 않는 녀석들은 없었다.

곧 여기저기 말에서 굴러떨어지는 기병들이 속출했다.
한 마리의 말이 넘어지면 뒤따르던 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그걸 피하려다 앞에서 날아오는 마법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동료들이 쓰러져가도 말을 달리는 기병들은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적군 이탈자 2,000여 명, 아군은 1,000명이 안됩니다.”
해레이스는 지도를 바라보며 상황 엔트리파워볼 보고를 받았다.
마법 공격에서는 조금 우위를 보였지만, 겨우 1,000명 정도 더 많이 쓰러트린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생각보다 적의 정예병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짧은 마법 난사가 끝나고 드디어 칼과 칼이 맞부딪쳤다.
한 명 한 명이 각기 중형 몬스터와 맞서 싸울 정도의 괴물 같은 병사들이 서로를 향해 돌격해갔다.
그 거대한 충돌의 한 편에는 밀리언 게르트루드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조금도 내보이지 않고 후열에서 평범한 1급 용병처럼 말을 달리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자신의 위용을 드러낸다면 금세라도 수십 명의 적군을 학살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킬 뿐이다.
지금도 하늘에는 수십 마리의 새들이 떠 있었다.
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특별한 상황들은 각군의 수뇌부로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그녀가 두드러지게 힘을 보이면 적들은 경각심을 갖고 그녀에게 수백, 수천의 전력을 투입할 것이다.
해레이스군과 스코타스군의 전위가 맞부딪치고 잠시 뒤 후열들도 차례로 전투에 참여했다.
여전히 서로를 향해서는 마법을 날리면서, 손에 든 무기를 휘둘렀다.
“3 대 2의 비율로 상대방의 낙마자가 더 많습니다.”
해레이스에게 전해지는 상황은 아군이 상대방 기병들에 비해 훨씬 더 잘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평생을 말 위에서 살아온 초원의 사내들이 기병전에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숫자는 밀리지만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서 마상 전투에서의 우위는 이미 충분히 예견한 일이다.
첫 격돌은 해레이스의 우위로 끝이 날 것 같았다.

“후열 삼분의 이까지 돌입했습니다.”
“돌격.”
기다리던 순간이 왔고, 해레이스는 다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초원의 사내들 중 일부가 스코타스의 정예병 사이를 뚫고 일반병들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대략 1,000여 명의 기병이 10만 명을 넘어서는 본대를 향해 돌진해갔고, 스코타스의 본영에서는 그들을 향해 화살과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병들은 화살 쯤은 가볍게 무시하고, 마법 공격은 날랜 몸놀림으로 피하며 빠르게 본영으로 돌격했다.
겨우 1,000명도 되지 않는 수의 기병이지만, 그들의 위압적인 돌격에 스코타스의 보병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반 기병이 보병을 향해 돌진하는 것 만으로도 보병들에겐 재앙인데, 하물며 인간의 힘을 한껏 벗어난 엘리트 기병 앞에서 평범한 보병들은 그저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다.
본대의 중간중간 섞여 있던 스코타스의 정예병이 그들을 맞이하러 달려나왔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돌진해 EOS파워볼 오는 초원의 기병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초원의 사내들은 막아서는 정예병들을 가볍게 뿌리치고 보병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다음은 당연한 듯 학살의 시작이다.
양떼 속으로 들어간 늑대들처럼 초원의 사내들은 거침없이 일반 병사들을 베어버리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초원의 사내들에 의해 스코타스의 전위가 무너지나 싶은 그때, 홀연히 스코타스 군 후방 어디에선가 빛의 고리가 생성되어 하늘로 솟았다.
빛의 고리는 어느 정도 높이에서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가더니 곧 스코타스군을 전부 덮어버렸다.
그리고 스코타스군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렁찬 나팔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순간 하나 같이 온몸에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군님, 마치 오브 해븐 입니다.”
해레이스가 있던 사령부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적군의 머리 위에 떠 있던 퍼밀리어들은 곧 방금 일어난 이적을 알아차렸다.
“제길, 8클래스의 마법사가 있었군.”
퍼밀리어에 연결된 정찰병의 보고를 들은 해레이스는 짧게 탄식을 했다.
마치 오브 해븐은 8클래스의 마법으로 시전자가 동료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전의를 높이고, 일시적으로 근력, 체력, 순발력을 높이는 마법이다.
비슷한 종류로 워 크라이가 있지만, 8클래스라는 마법의 수준이 로투스바카라 말해주듯 10만 단위가 넘어가는 동맹군 전부에게 효과를 주는 마치 오브 해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위치는?”
하지만 금세 해레이스는 평정을 되찾았다.
“그 여자에게 위치를 알려줘. 8클래스의 마법사를 잡으면 대성공이다.”
해레이스의 지시를 받은 연락 장교가 바로 밀리언 게르트루드에게 마법사의 위치를 알렸다.
마치 오브 해븐 마법이 시전된 뒤 전황은 일시에 바뀌었다.
마치 오브 해븐에 의해 상승되는 능력치는 겨우 10퍼센트에서 15퍼센트라고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상대하던 적군이 갑자기 강한 힘을 발휘하면, 아무리 대단한 초원의 전사들이라 해도 짧은 시간 동안에 적응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위의 마법사는 몬스터를 상대할 때 뿐 아니라, 이렇게 전쟁터에서도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한 명의 마법사가 이루어 낸 위업은 대단했다.
스코타스의 정예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초원의 일급 용병들을 몰아쳤다.
겨우 몇 분 만에 적지 않은 초원의 용병들이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스코타스 본대를 상대로 학살을 벌이던 기병들도, 보병들의 거센 저항에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보병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마약이라도 한 듯 목숨을 아끼지 않고 달려들었다.
마치 오브 해븐의 가장 커다란 효과는 신체의 능력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에게 결코 물러서지 않는 전의를 북돋워 주는 것이었다.
용기 충만한 보병들이 마구 달려들어 몸을 날려 말탄 기병을 떨어트렸다.
초원의 기병들 가운데에도 한 명씩 낙마하는 사람이 생겼고, 말에서 떨어진 사내들은 곧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수십 명의 보병들에 둘러쌓여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1,000명 중에 300명이 낙마했습니다.”
적진에서 낙마했다면,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는 틀렸다고 봐야 한다.
“그 여자는?”
하지만 해레이스는 기병의 손실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적진을 향해 달려간 1,000명에 달하는 일급 용병들 중 태반은 희생시킬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녀만 제대로 해낸다면, 이것으로 전투를 끝낼 수도 있다.
또 실패한다 해도, 흐름은 완전히 해레이스에게 넘어갈 것이다.
게르트루드도 난전의 한 가운데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해레이스 군의 복장이 아니라 스코타스 군의 복장을 입고 있었다.
다른 기병들과 함께 본진으로 뛰어 든 뒤 적당한 순간에 일부러 낙마를 하며 보병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 십여 명을 베어버리고 시체 속에 숨어 옷을 갈아입었다.
혼란에 빠진 병사들 사이에서 그녀는 천천히 흐름을 거슬러 뒷걸음으로 후열로 향했다.
자신의 주변의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그녀에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응? 왜 이리 걸리적거려? 비켜?”
몇몇 병사들이 그녀에게 어깨를 부딛쳤고, 그때마다 게르트루드는 휘청이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마법의 영향을 받아 잔뜩 흥분해 있던 병사들은 상대해야 할 적이 어디에 있는지 만을 신경쓰고 있었고, 얼굴에 피가 묻은 아군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고 있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천천히 게르트루드는 목적지에 다가서고 있었다.
그녀가 안전하게 도착할 때까지, 사령부에서는 스코타스의 전열에서 날뛰는 결사대를 더욱 날뛰도록 종용했다.
천 명의 전사들이 그녀 한 명을 위해 미끼가 되고 있었다.
[핵심 목표는 마법사인가? 지휘부인가?] 게르트루드는 자신과 연결된 연락 장교에게 물었다.
[1순위는 8클래스의 마법사입니다. 2순위가 스코타스군의 사령관 윌레이스 남작입니다.] 게르트루드는 사령부로 뛰어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커다란 임시 막사 밖에는 수백 명의 엘리트 전사들이 서 있었고, 드문드문 마법사들도 보였다.
—————————- 작품 후기 —————————한동안 쉬었습니다.
예고도 없이 중단한 점 사과드립니다.
번아웃 이라고 하나요.
쓰다가 중간에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보잘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즐겁게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예의가 아닌 줄 알고 있었습니다.
쉰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도 언제까지 쉬게될 지 몰라 예고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머리를 식혔으니 다시 한 번 제대로 연재를 재개하겠습니다.
실망하셨을 독자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