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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은지가 원하던 악마의 신체도 상급의 것은 아니지만 구할 수 있었다.
온갖 상상도 못할 몬스터가 가득한 아크네시아이지만, 악마류에 속하는 데몬이나 데빌 같은 것들은 그리 흔한 것은 아니었다.
종종 하급 악마인 데몬은 나온다고 하지만 악마들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데빌은 거의 드래곤과 비슷한 수준이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게 어떨까?
넌 재능있는 학생이야. 천천히 마법을 배우는 편이 파워볼사이트 낫지 않을까?”
“제가 지금부터 마법을 공부하면 한 십 년 쯤 지나면 평범한 마법사가 될 거예요.
그리고 이십 년 쯤 지나면 제법 쓸만한 마법사가 되겠죠.
하지만 임플란트를 하면 당장 마법에 능통한 사용자가 되고, 또 마법을 배우는 것도 훨씬 더 쉬워질 거예요.”
“그렇게 급하게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넌 아직…”
“어리다고요? 그렇기는 해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요.”
은지의 결심은 아주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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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라면 내 말을 따라주었을 그녀가 이번에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 날 난 그녀를 데리고 알렉산드로스가 있는 실험실로 갔다.
“알렉산드로스 이쪽은 은지양. 새 자원자예요.”
“어. 거기 눞히도록.”
알렉산드로스는 새로운 대상에게 파워볼게임사이트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은지양은 악마를 임플란트 하고 싶어하네요.
이건 레서 데몬의 뿔 입니다.”
레서 데몬은 데몬 중에서도 그다지 대단한 놈은 아니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고 있으니 가능하면 핀드 데몬이나, 핏 로드 같은 상위 데몬의 뿔이나 심장을 구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돈이 있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데몬이라고? 흠…”
악마라는 말에 알렉산드로스는 조금 흥미를 보였다.
“이따위 쓰레기 같은 물건을 어디에 쓴단 말이야?”
알렉산드로스는 내게 받은 레서 데몬의 뿔을 손에 잡고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기왕 하려면 제대로 된 걸로 해 보자고. 잠시만 기다려.”
말을 마치고 알렉산드로스는 어디선가 붉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더니 그 액체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 붉은 액체는 피인 것 같았다.
알렉산드로스가 그리는 것은 소환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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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악마를 부르는 소환진일까?
대략 직경 2미터 쯤 되는 거친 소환진이 땅바닥에 그려지기 까지 5분 가량 걸렸다.
그리고 나서 알렉산드로스는 은지에게 몇 가지 그녀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다.
똑똑한 은지는 곧 알렉산드로스의 말을 전부 이해했다.
그녀는 알렉산드로스가 파워볼실시간 그려놓은 마법진의 앞에 섰다.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해.
ᚫᛗᛃᛃᚫᚱᛟ ᛃᚫᚲᛋᛖᛟᛜᛞᛟᛖᚾᛄᛄᚪᚱᚩ ᛄᛋᛋᛖᚢᛗᚾᛁᛞᚫ משטמה”
알렉산드로스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발음으로 무언가 중얼거렸다.
희한한 것은 은지가 그 알 수 없은 단어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따라한다는 것이었다.
은지가 주문을 따라하자 곧 바닥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은지는 그 모습을 보고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알렉산드로스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꼼짝하지 못하게 막았다.
“잘 지켜봐. 네가 겁을 먹으면 안돼.”
천천히 바닥에서 올라오던 연기는 조금씩 뭉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회색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면서 인간의 형태를 이루어갔다.
키는 삼 미터가 조금 안되고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상체에, 등 뒤에는 박쥐의 날개다 달려있다.
“누가 나를 불렀나?”
길다란 두 개의 뿔에 붉은 피부를 가진 악마가 거만하게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알렉산드로스는 어째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은지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호오. 순결한 소녀의 영혼이로군.”
악마가 은지를 보며 물었다.
“마음에 드는군.
원하는 것이 뭐지?”
“어떤 무서운 자가 오늘 내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겠다고 했어요.
적어도 오늘 하루 날 지켜줄 수 있나요.”
은지가 알렉산드로스가 말했던 대로 악마에게 요구 조건을 말했다.
“호오? 누가 이런 귀여운 아가씨에게 그런 협박을 한 거지?”
네비로스가 눈을 굴리며 물어보았다.
“난 잘 모르는 사람이에요.
지금 난 너무나 두려워요.”
“흥 그 따위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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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비로스님께 그런 주문 쯤 아무 것도 아니지.”
악마는 뽐내듯 가슴을 쫙 펴고 말을 이었다.
“흠… 그런데 이건 형편 없는 마법진이로군.
이걸 네가 직접 그린 건가?
아니. 피의 냄새가 달라. 이건 수컷의 피로군.”
“아뇨. 저분이 해 주셨어요.”
은지가 마법진에서 멀리 떨어져 서 있는 알렉산드로스를 가르켰다.
알렉산드로스는 온몸에 아까의 피를 묻히고 지친 모습으로 웅크리고 주저앉아 있었다.
“뭐야?
이따위 마법진이라면 원래라면 잘해야 혼드 데몬 쯤 부를 수 있겠어.
그런데 이거 참 웃기는군.
도대체 어떤 실수를 하면 이따위 마법진으로 날 불러낼 수 있던 거지?
이건 운이 좋았던 건가?
크흐흐흐.”
네비로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악마는 삐뚤 삐뚤한 마법진을 보며 알렉산드로스를 비웃기 시작했다.
“이리로 와 봐.”
네비로스가 자신이 서 있는 마법진의 한 가운데로 은지를 불렀다.
은지가 가까이 다가서자 악마가 마법진을 실시간파워볼 열심히 손을 보기 시작했다.
“마침 다행이로군. 그나마 되다 만 마법진이라도 있으니 수고를 덜 수 있겠군. 이걸 조금만 고치면 그 누구도 널 건드릴 수 없을 거야.”
네비로스는 흥얼거리며 마법진을 고쳤다.
“자 다 됐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네 몸에 작은 상처 하나 나지 않도록 해 주마.”
악마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정말인가요?”
은지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물었다.
생각보다 앙큼한 소녀였다.
이렇게 잘 해 낼 줄 몰랐다.
“당연하지! 날 뭘로 보는 거냐?
저 멍청한 녀석이 의도했던 혼드 데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고등하신 분이다.”
악마가 자신을 뽐내듯 말하자, 은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만약에 실패하면 어쩌죠?
저분이 실수한 거라면 당신도…”
“실패? 헛? 그게 말이라고 하느냐?”
“믿어도 되나요?”
여전히 미심쩍어 하는 그녀였다.
“만약 내가 실패하면 네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들어주겠다.”
“당신이 실패하면 난 이미 가슴이 갈라져버린 뒤인데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거죠?”
“흥. 좋아. 네 영혼! 내가 맹세하지.
만일 내가 실패하면 네가 죽어도 네 영혼이 사라질 때까지 네게 봉사하마.”
자존심이 상한 악마가 영혼까지 거론을 하자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제겐 더이상 다른 선택도 없겠죠.

믿어 보는 수 밖에 없겠죠.”
“프하하하! 그래. 대신 대가는 네 영혼이다.”
“알겠어요. 앞으로 24시간 동안 제게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게 보호해 준다면, 제가 죽고 나서 제 영혼을 가져가세요.
24시간이 지났다고 절 강제로 죽게하면 안 되요.
내겐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좋아. 계약은 이루어졌다.”
악마가 선언을 하며 은지가 서있는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순간 그녀와 마법진 외부 사이에 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하지만 당신도 그 계약은 지켜야 해요.”
은지가 마지막으로 악마에게 물어봤다.
“푸흐흐!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지금 부터 24시간 동안 나 네비로스는 너의 몸에 작은 상처 하나 나지 않도록 해 줄 것이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너의 영혼을 위해 영원히 봉사하지.”
악마는 정말로 악마 다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만약에 실패를 하면 아마 이 여자가 뭔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달아나 버리겠지.”
언제 나타났는지 알렉산드로스가 악마의 뒤에 서서 입을 열었다.
“응? 넌 뭐지? 제 3자는 계약에 끼어들지 말거라!”
악마는 갑자기 나선 알렉산드로스에게 호통을 쳤다.
“계약은 이미 체결된 거지. 이제와서 내가 끼어들어보았자 너의 추악한 계약은 절대 바꿀 수는 없지.”
“크흐흐. 네 말대로 계약은 이미 끝났다.
악마의 계약은 지옥의 업화로도 결코 바꿀 수 없다.”
악마는 갑자기 나타난 알렉산드로스를 꺼림칙하게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다행이로군.”
알렉산드로스가 악마가 만든 투명한 막에 손을 대며 말했다.
“네녀석 짓을 하려는 거지?
설마 이 네비로스 님을 속이겠다고?
이 마법진을 네놈 따위가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뿌지직!
악마의 마법진은 마치 비눗방울처럼 가볍게 터져버렸다.

“크아아!”
당황한 악마가 소리를 지르며 알렉산드로스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어느새 은지의 옆에 서 있었다.
“네녀석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냐?”
악마가 재차 달려들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로스는 은지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얼굴에 손끝을 대었다.
“대체 넌 뭐냐? 이 힘은 도대체!”
악마는 자신의 말을 다 끝내지도 못했다.
“계약은 신성한 것. 실패의 대가는 네 영혼이다.
넌 영원히 이 여인을 도와야 할 거다.”
악마가 자신을 옭아매는 힘에 저항하는 사이, 알렉산드로스의 손끝이 은지의 가슴에 상처를 냈고, 곧 피가 흘러 나왔다.
금세 은지의 가슴이 갈라지고 내부가 보일 정도였지만, 그녀는 조금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틀림없이 알렉산드로스가 뭔가 수를 써 놓은 것이다.
“멈춰라!”
악마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가 손을 흔들자 악마를 둘러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힘이 악마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끄아아! 이 비열한 놈들! 감히 악마를 속여?
네 놈들이 그러고도 무사할 거 같으냐?”
분노한 악마가 알렉산드로스를 향해 비명을 질러 보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
“넌 누구냐? 어째서 이런 비열한 속임수를?”
악마는 몸이 구겨져 가는 동안 몇 번이고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도 넌 악마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 가지만 기억해.
이 녀석들은 멍청하니까 적당한 계약 조건만 미리 만들어 놓으면 얼마던지 속여 넘길 수 있단다.
단, 조건을 미리 상세하게 말 해 놓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놈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 하지.”
알렉산드로스가 은지에게 말했다.
그런 충고까지 해 주는 걸 보면 알렉산드로스는 그녀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은지양에게 무슨 후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알렉산드로스와 은지가 서 있는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다가서며 내가 물어봤다.
“이따위 하급한 악마가 무슨 후환이 있어?
더군다나 계약의 조건도 지키지 못한 패배자 녀석이.”
“이 빌어먹을 자식! 누구더러 하급하다고 하는 거냐?
계약은 무효다!
아니 계약 조건은 나중에 이야기 하자!
우선 돌아갔다 나중에 돌아오마!”
다시 악마가 큰 소리로 항변하고 두 팔을 쫙 뻗었다.
아마도 귀환하려는 듯 했다.

“악마들과 계약할 때에는 잊어버리면 안 되는게 있어.
놈들은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우선 도망부터 가고 본단다.
계약 당사자가 어려운 입장에 놓일 때까지 지옥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곤 하지.
놈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내가 나중에 알려주마.”
알렉산드로스의 따뜻한 충고에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윽! 어째서 돌아갈 수 조차 없는 거지?”
악마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알렉산드로스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너 까짓 놈이 알 필요 없다.”
알렉산드로스가 이번에는 악마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너! 네게 무슨 짓을…
저.. 누구세요?”
알렉산드로스가 다가서며 더이상 자신의 힘을 억누르지 않았기 때문일까?
드디어 악마는 그의 본질에 대해 무언가 깨달은 듯 하다.
“누구신데 저한테 이렇게… 켁!”
악마는 채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손에 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자기의 허리까지도 오지 않는 어린 남자의 손에 목이 잡힌 악마는 처량한 눈으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뭐 하급하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여느 데몬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
나름 영지(英智)가 있고, 게헨나에 엮여 있는 녀석이라 세상에 나올 수 없어서 그렇지, 한 번 현세(現世)에 풀려나면 재앙을 불러오는 놈이야.”
알렉산드로스가 은지에게 악마의 정체에 대해 알려주는 동안 정작 그 악마는 바둥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지옥의 감시자 정도면 꽤 쓸만하지.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겠어.”
알렉산드로스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힘에 넝마가 되어버린 악마의 가슴에 손가락을 가져 대었다.
붉은 피부가 천천히 갈라지며 피를 쏟았고, 악마는 더욱 더 발버둥을 쳐 보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넌 이제 영원히 저 여자아이에게 종속되어 봉사해야 한다.
계약을 지키지 못한 악마의 말로는 너도 알겠지?”
알렉산드로스의 손이 악마의 가슴 안으로 파고들어 놈의 심장을 떼어냈다.

그러자 악마의 몸은 푸시시 연기로 변하며 심장 안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이건 좀 너무 큰가?”
알렉산드로스의 손 안에서 악마의 심장은 점차로 작아져서 종내는 호두만한 크기가 되었다.
“꽤 대단한 악마인가 보군요?”
“지옥의 군주들과 비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악마 중에선 꽤 쓸모 있는 놈이야.
미래에 대해서도 가르쳐주기도 하고, 시체나 죽은 자의 혼을 다루는 마술인 네크로맨시에 관해서는 전문가이지.”
원하는 것을 획득한 알렉산드로스가 은지에게 손을 휘젓자 그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 악마는 죽은 건가요? 살아있는 건가요?”
“악마는 결코 죽지 않아. 게헨나에서 나올 때의 육체를 잃으면 다시 게헨나로 쫓겨나는 것 뿐이야.
이제 놈의 육체를 전부 여기 넣어 놨으니, 이 심장이 바로 악마이지.
이걸 저 아이의 심장 안에 넣어 두면, 그녀는 이 악마의 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될거야.”
알렉산드로스의 일처리는 빨랐다. 은지의 몸을 테이블 위에 눕히고, 그녀의 가슴을 열어 버렸다.
이어서 악마의 심장을 집어 넣고, 네 개의 보석을 쑥쑥 집어 넣더니, 도로 가슴을 닫아 버린다.
모든 과정이 끝나는 데에는 겨우 몇 분 걸리지 않았다.
평상시의 철없던 모습과 달리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꽤나 믿음직스러웠다.
“그런데 이걸로 영혼까지 복속시킨 건가요?”
아까 네비로스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나 확인해 보았다.
“아아. 그건 솔직히 뭐라 말하기 어려워.
지금의 생에서는 확실하게 이 녀석을 부릴 수 있지만, 영원히라는 것은 누구도 말하기 어려운 거니까.”
“그렇다면 이 아이가 죽고 나서 이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건 아닌가요?”
“이 아이가 하기 나름이지.
이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 스스로의 영혼을 키우면 정말로 이 녀석을 영원히 다룰 수도 있지.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고. 내가 그동안 악마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칠 테니까.”
알렉산드로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가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돼요.
알렉산드로스를 믿도록 하죠.”
그 뒤로 열 명의 여자들도 그렇게 한 명씩 임플란트를 마쳤다.
보름 뒤면 열두 명의 여자들이 깨어날 것이다.
“제 지휘는 꼭 따라 주셔야 합니다.
당신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전쟁은 싸움과는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다짐을 받아보기 위해 해레이스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통보했다.
해레이스는 가면을 쓴 여인, 악명 높은 밀리언을 작전에 포함을 시켜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스코타스 군이 국경을 넘어오기 기다리는 오일 동안 그녀와 친분을 쌓기 위해 몇 번 자리를 만들어 보았지만, 그가 깨달은 것은 그녀가 지독하게 오만한 여자라는 사실 뿐이었다.
그녀는 좀처럼 입을 여는 일이 없었다.
해레이스의 질문에만 짧게 대답할 뿐, 그 외의 다른 이들은 아예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고 있지도 않는 듯 했다.

막상 전투에 들어서면 과연 저 여인이 시키는 대로 따라 줄 지도 의심스러웠다.
“걱정하지 마라. 지휘에는 따르도록 하겠다.”
여인은 다시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한 마디 하고 막사를 나갔다.
“하아. 자작이 맡긴 사람이니 어쨌던 해는 키치지 않겠지.”
결국 해레이스는 그 여인의 포함한 작전을 짜기로 결정했다.
저 좋은 패를 사용하지 않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그녀가 자신의 의도대로만 움직여 준다면 적어도 아군의 희생을 천 명은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스코타스 군은 이제 해레이스 군과 5킬로미터 정도를 마주하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퍼밀리어들을 정찰병으로 사용하는 이쪽 세상에서는 군대를 숨겨 놓고 습격을 한다던지, 쉬고 있는 군대를 기습한다던지 하는 전략은 사용할 수 없다.
마치 양측 모두 하늘에 인공 위성을 띄워 놓고, 상대의 전략을 들여다 보며 싸움을 해야하는 현대의 전쟁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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